매일 지나치는 같은 골목길인데도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한 묘한 감정이 드는 경우가 종종있다.
새벽 오렌지색 아파트 담벼락에 나뭇닢그림자가 흩어지며 차갑고 그리운 가을의 기억이 코끝에서 찡한 여운을 남긴다.
왜 생명은 유한할까…
수를 벗어난 우주의 무한한 우연속에서 우리는 어떤 … 라이터 부싯돌의 불꽃처럼 작은 찰라, 무한한 파편이 생겨나는 모습과같이 일종의 자연 현상이리라.
연기나, 비, 가을, 밥짓는 냄새 처럼
어쩌면 무한한 크기의 악보에서 연주되는 수천억 화음의 교향곡에서 작은 현의 떨림으로
우리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무한한 우연속에 우리가 같은 모양으로 같은 시간에 이토록 비슷한 현상으로 함께 존재했다.
이토록 연약하고 이내 흩어지는 우리지만 데자뷰처럼 가을이 되면 오렌지색 밤이 되면 코끝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으로 서로를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