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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0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사선으로 내려다본 새벽 밤거리는 차분한 풍경화처럼 창문에 걸려있는듯하다. 어둠속 환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페르시안 블루의 도로와 하얀 차선과 횡단보도만이 이곳이 낮에는 북적이는 도시라는것을 알려주고있다. 소리 또한 그 풍경안에 멈춰있다.

9층 옥상에 올라 그곳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누웠다.
저멀리 지평선부터 머리위 하늘끝까지 커다란 구름들이 하늘을 천천히 덮고있었다. 부처님의 손가락같은 묵직한 덩어리들은 저 아래 가로등의 불빛을 받으며 서서히 나에게로 내려 앉고, 그럴수록 더 하얗고 또렸해 졌다.

구름들 사이로 비껴나온 검은 하늘의 조각은 어떤 형태라고 말할수도 있을것 같지만 표현하기 보다 찰라의 신비한 모습을 눈에만 담기로 했다.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왔는지 벌래한마리가 요란한 소리를 낸다. 적막이 깨진김에 나도 담배연기로 구름을 가려보려랬지만 내 시야의 끝과 끝까지 모두 차지한 거대한 구름에는 역부족이다.

사람의 보잘것없는 역량으로는 구름을 가릴수도 표현할길도 없다. 일에 몰입해 몇일이라는 시간이 사라졌다. 무엇을 먹었는지 어떻게 잤는지 모르겠다. 책상에 쌓인 쓰래기들를 한쪽 구석으로 밀어내며 지맸더니 쓰래기 더미에 태블릿과 키보드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됐다.

전자담배가 고장난 덕에 대신 연초를 피우려 올라간 옥상에서, 오랜만에 두눈 가득 세상을 담았더니, 내려와 다시본 네모난 모니터는 더이상 보기 싫어졌다.

오랜만에 느긋한 하품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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