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이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경희의 남편 형님은 췌장암4기 판정을 받으셨다. 참내. 정말 잔혹하다. 40살이 되어서 친구들끼리 케익에 초를 켜던일이 엊그제 같은데 정말 순시간에 10년이 증발했다. 그사이에 우리모두 아프고 상처입고 많이 늙었다. 시간보다 냉정한 것이 세상에 있을까? 미시세계에서는 중력을 느끼기 힘들고, 거시세계에서는 약력과 강력을 느끼기 힘들듯이, 그중간어딘가의 세상에 살고있는 우리는 이런 시간의 흐름을 제때에 느끼기 힘든 모양이다. 잊어버리고 그냥 살고있다보면 어느새 뒤통수를 쌔게 치고 지나가버린다.
아스팔트에서도 뛰겠다며 꽉잡은 줄때문에 제자리뛰기를 하던 달이가 냅다 접영을 하듯 내달리더니 몽글몽글한 발바닥이 피칠갑이 되었다. 챙겨줄 새도 없이 신이난 녀석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보니 땀이나고 운동이 된다. 이 녀석 덕에 살고 있나보다. 화장실에만 다녀와도 오랜만이라며 한결같이 반가워하는 달. 뛰어와 배를 보이머 안기는 녀석을 어쩌면 몇년내로 떠나보낼수 있다는 생각에 덜컥 눈물이 났다. 모든개는 천국에 간다니까 존나 착하게 살아야겠다.
인턴으로 바글바글한 사무실이 아무일 없었다는듯 멀쩡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돈은 아직이다. 전화도 인터넷도 끊기고 먹던 약도 사먹지 못했더니 넷플로 밤을 보낼 수도,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재촉할 수 도 없었다. 아무것도 할수없는 극단적인 가난의 상태였다. 인터넷이 끊긴걸로 눈치를 채셨는지 아버지는 정말 희귀한 걱정을 해주셨다. 어쩜 그렇게 고생만하고 사냐고. 하하 사실 난 그냥 나약하고 무기력하고 딱히 능력이 없다. 그래서 사실 고생이라는 생각도 별로 들지는 않는다. 그냥 이건 내 무능의 카르마일 뿐이다.
운좋게 오늘은 겨우 수면제를 받아 먹은 참이다
반가운 잠이 쏟아진다.
이따위로도 살아 진다니 나는 더 나이브해질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