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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5

나에게 이모부라고만 불리웠던 분의 성함이다.
처음뵌것은 이모가 시집간다며, 기계공고 옆 외할머니댁에서 잔치를 열었던때 였는데 그전에 얼굴은 모른 상태에서 나에게 선물을 주곤하셨다. 이모를 빼앗긴 기분에대한 보상 혹은 나에게 잘보이기위한 방법같아서 솔직히 속이 뻔히 보여 싫어해야지 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선물을 받고는 점점 호감이갔다.
가장기억에 남는 감동이었던 선물은
유리상자속에 정성스레 손수만들어 주신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프라모델이었다.
퀄리티가 듣도보도못한 엄청난것이어서 엄청 놀랍고 너무 멋있어했던 기억이난다. 몇년이 지난후에 유리상자에서 꺼내 갖고놀다가 부품이 떨여져서 괸히 속상한마음에 엄마에게 화풀이했던 기억도 난다.

포항으로 시집간 이모는 거의 볼수가없었다.
집안에 큰일이 있거나 가끔 엄마가 통화한 일들을 말씀해주시는것 빼고는 다른나라에서 사는 사람처럼 그렇게 지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어렵풋이 외가에대한 특별한 연민이 있었기때문에 늘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
외삼촌은 광주에 이모는 포항에…

사춘기와 대학시절에 혼자 여기저기 무작정 여행을 좋아했다.
그럴때면 전라도 경상도의 전진기지 같은 외가 덕에 미아가 되거나 굶는 여행은 하지 않았었다.

포항 새벽에 길을 잃어 할까말까 미안해하며 연락드렸더니 단번에 나오셔서 한참 해매어 찾아 주셨던 이모부
무뚝뚝한 정통 경상도 문서방이라 불리웠던
성품탓에 용기를 내어 술한잔 혹은 전화통화 제대로 못했던 분
하지만 평생 나에게는 할리데이비슨을 정성스럽게 만드셨던 섬세한 마음을 가진 정말 늘 곁에 살고 싶었던 분이다.

그 잔칫날 수줍게 웃던 우리 막내 이모
아무리봐도 늘 막내 소녀 같은 이모를 떨리는 마음으로 안아 드렸다.
별로 할말이 없었다. 손이 우리엄마를 꼭 닮았다. 마음속으로 한웅큼 눈물이 가슴속에 뜨겁게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엄마가 꼭 안아주었을 그 안타까운 막내동생
이모는 내얼굴에서 언니를 떠올릴것같아 새수를 하고 들어갔다.

인천에서 대학을다니면서도 연락한번안하던 아들 정기, 나또한 늘 미안해했는데… 어떻게 밥한끼 사주지 못했을까… 둘다 무뚝뚝한 녀석

멍하게 서있는모습, 울지도않고
차라리 듬직해보였다. 나는 계속 울기만했는데…

이모는 아마 인천으로 오시게될거다.
정기 아빠가 없으니까 포항에서 살 이유가 없다며, 이곳에는 아무것도 아무도 없다고 울먹이던 이모
반평생 포항이 아니라 이모부에게서 살아왔다는 이야기잖아…

이모와 이모부가 있어 밝게 빛나던 경상도의 등대
송도 구룡포 포스코 나의 비밀 등대박물관 벗꽃나무 20대 나를 쉬게 해주었던 그곳
이모에게는 어떤 곳 이었을까

유난히 미역이 많던 포항 바다를 보고있자니
동화책 한장이 바람에날려 그냥 다음페이지로 휙 넘어간… 늘 그래왔던 것 처럼 늘상 있는 일들로 그렇게 넘어가고 흘러가고 있었다

언젠가 내주변에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의지할 친구 친척이 사라지고
결국 기억들만 남게 된다면
그때까지 오래살았던것을 후회하게 될것같다

상실과 고통은 점점 흔한 일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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