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즐겨듣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본방이 끝나고,
몇번이나 취향 무결성을 확인해 usb에 담아놓은 베스트 음반을 플레이한다.
셔플
플레이…
느긋하게 비가내리는 익숙한 도로.
흘러가는 사고의 샛길에서 천천히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퀸.
(역시 영국은 성공회로군) 인트로가 끝나고 프레디 머큐리가 정확한 피치로 나의 귀를 향해 음파를 발사한다.
단 하나의 노트만으로 전율에 도달하게 한다.
가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느낌인지 한줄의 멜로디로 이해했다.
보컬이라는 악기가 얼마나 위대한것인지 (적어도 같은 인간에게는!) 다시한번 알게 해준다.
하지만 뭐 너무 잘불러서 너무 많이 들어서 … 스.킵.
다음곡…
너바나의 breed
천장에 붙여논 커트코베인의 사진들, 잡지를 찢어 붙인 시대적 대칼코마니 작품을 어머니는 이해하지 못하셨다.
나의 방황과 분노를 커트코베인의 탓으로 돌리셨다.
어머니가 그러셨던것처럼 한때 나에게는 커트코베인으로 대변되는 그시절 음악적 방향성이 예수였다. 종교였다.
가사는 모르겠다. 정확한 노트도 모르겠다.
멜로디도 간드러지거나 확고한 느낌보다는 그냥… 동요 같다.
그럼에도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음악, 훌륭한 정신이라고 생각하며 추종했던 이유는 일상적인 언어의 한계, 표현의 한계, 문법이 가두는 의미의 한계를 가차없이 무너뜨리는 괴성.
ds-2의 거친 디스토션, 가혹한 드럼, 과장된 베이스. 단순한 재료와 단순한 양식만으로 기존의 문법체계에서 표현하지 못한 넓은 표현을 이루어 냈던 점이다.
단순한 재료는 소금과 설탕 같이 누구나 갖고있는 것으로만 이루어졌으며, 그것을 다루는 기술 또한 거칠고 단순했다.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그 행위의 솔직함또한 단순하다는 표현으로 말 할 수 있을것이다.
‘껍대기는 가라’
그 주제에 모두 부합하는 것이며, 스스로 껍대기를 버리고 행하였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화려한 외향 (이런 종교 신념에 기인해 나는 패션디자인이 좋아질 수 가 없었다.)
즉, 기술의 완결성 보다는 주제자체에 대한 완결성이었다.
그러한 통찰은 음악 이전에, 진정성 있는 자신과의 대화로 태어난 자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 음악 < 나
이 등호를 철저히 이해하고 따른 사람.
탐욕 < 율법 < 사랑
이 등호를 철저히 이해하고 따른 예수.
따라서, 너바나의 음악을 거친 소음이나, 파격적인 무대매너만으로 정의 할 수 없다.
본질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자아의 표출. 그리고 나아가 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에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열반에 이르는 차가운 고행 길 위에서, 음악을 외투로 삼은 그의 신념은 음악 이전에. 삶에대한 태도로 다시 재 조명 해야한다.
그의 고집으로 기인한 ‘또렷함’덕에.
자신만을 향하는 길은 그의 삶과 같이 불행할 수 있으며,
자신은 물론 타인과 공동체를 향하는 사랑이라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길이
우리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행복을 얻는 길이라는 사실이 조금 더 또렸해 졌다.
예수. 그리고 이후 2016년간 그를 추종했던 많은 사람들모두 행복하기위한 방법을 고민했으며, 결국 얻어낸 결과 또한 ‘공동체’, 그리고 ‘사랑’이었다.
그것은 종교를 떠나 그간 우리 문명이 얻어낸 가장 또렷하고, 매번 검증하며 단단해지는 (적어도 인간에게는!)절대가치라고 생각한다.
커트코베인이라는 개체는 안타깝게도 썩 행복하지는 않았던것으로 보인다.
그가 추구했던 가치가 열반이었고, 열반이 곧 행복이었다면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 남으려 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음악적 율법 학자인 MTV와 대중들또한 그의 스스로에대한 사형 집행을 방관 했다.
그는 예수와는 반대의 행동으로 공동체와 타인을 향하는 사랑의 가치를 반증하였다.
(그가 정확히 어떤생각으로 살아갔는지는 직접말해보지 못했음으로 알지 못하지만…)
이렇듯 선각자들이 허무하게 피고 지는 과정속에서도
의심 많은 인류는 매번 작은 실수, 큰 실수를 반복하면서 검증해가고 있다.
내 삶또한 그 반복의 역사였다.
골방에 스스로 갖혀 음악만 듣던 나에게, 공동체 성당에 나가서 함께 음악 하라던 어머니.
이제야 어머니 말씀이 매우 옳은것이었음을 검증하고 또 검증해 가고 있다.
‘방문을 열고 나가거라.
나가서 누군가 사랑 하거라.’
(너바나 말고 퀸에게서도 의미를 찾아 보거라.
네가 오늘 처음 들었던 곡은 퀸의 ‘Somebody To Love’란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