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빈 캔버스를 바라보고있자니, 무언가 내가 그리고 싶은게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아무생각없이 그리다보면 그것 자체로도 좋겠지만(비구상), 내 자신이 그 그림을 이렇게 밤마다 바라보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주제가 있다면 좋겠구나 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어떤 대상일까? 미래에 대한 꿈일까? 잘모르겠다.
미래의 꿈이기도하고 행복한 과거이기도한 무척 개인적인 풍경이 눈 앞에 떠올랐다.
샹하이 우중루/진후에이난루에 위치한 진쉬어우지앙난(금수강남) 아파트다. 하하 길 이름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도, 친구들과의 걱정없는 대모험도, 젊은 그때의 꿈도, 어제 일 같은 수천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늘 새롭고 신기한 문화와 풍경, 여행들, 밤새도록 떠들던 수많은 수다들, 매순간 새롭던 사람들… 롱테이크로 천천히 그곳에서 살았던 모든 나의 시간이 천천히 훑어 지나가는 듯, 한꺼번에 펼쳐져 보인다.
우하이리, 뤼어우, 타이위엔, 마야, 레이위, 팅팅, 쑹양, 편의점 아줌마, 양꼬치 형제, 지나쳤던 혹은 잠시 만났던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
매일매일의 그 행복감. 남방지방 특유의 느긋함과 거리 곳곳의 새로움, 또한 동시에 소름끼치도록 사랑스럽던 노스텔지아의 도시 상해.
중국의 생활이 그렇게 좋았냐고?
응! 더할나위없이! 꽉채운 내 젊은 날의 상징이자, 내 보물이다. 정확히 리즈시절이고 말그대로 ‘화양연화’였다. 행복함은 그안에서 알사탕처럼 수천가지 다른 맛으로 꺼내어 맛볼수 있을것 같다.
자꾸만 추억하지 않으려고 하는것도 사실이다.
그때의 나는 어디에 갔는지, 지금은 얼마나 멀어졌는지. 그것이 조금 쓸쓸하고 아픈생각 때문이다.
요즘처럼 숨이 턱막히는 여름이었다. 온도는 더 높고 습도는 상상을 총월한다. 빨래가 2달동안이나 마르지 않던 여름. 퇴근하느라 회사 빌딩을 나오면 잠수를 한것처럼 숨이 안쉬어지는 기간이다. 형님들과 알콩달콩 지내던 핑거위엔을 떠나 독립을 했다. 월세가 무척 비쌌지만 첫눈에 반한 아파트였다. 푸서(푸동은 강남같은 미래도시, 푸서는 강북같은 옛 정취)였기 때문에 발코니에서 내다보면 저멀리 카오스의 중국과 아늑하고 평화로운 아파트 단지의 경계가 무척 비현실적이고 때로는 몽환적인 풍경이다. 흐르는듯 멈춰있는 상해의 수로들이 좌측으로, 그너머엔 삭막한 공장이나 창고들이. 오른쪽은 언제나 행복한 꿈의 마을이다. 아파트 반대편은 상해 푸서를 관통하는 번잡한 우중루. 출퇴근길의 수천대의 형형색색 자전거와 전기바이크 행렬이 여느 영화 못지않게 눈을 즐겁게 해주는 곳이다. 매일 잠들때마다 아쉬웠고 눈을 뜰때마다 환희와 함께 했었다.
담고 싶은 이미지가 너무 많다. 하하 어디서부터 그려볼까
그때에 가장 많이 들었던 keane의 첫엘범을 들으면 모두다 또렷하게 냄새와 습기와 아름다운 모든 장면이 그려질것같다.
했던얘기 또하는 노인네가 되더라도 멈출수없는 추억이긴하다.
미소와 함께 그립고 아쉬워서 가슴한켠이 시리다.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 흐으 정말 왜 눈물이 나고 지랄이야!
너무 그리워서 아프다. 너무 아프다.
하지만 주님, 그리고 친구들…
감사합니다. 그 소중한 시절을 저와 함께 해주신것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그 시간이 저에겐 삶의 지향점, 꿈이었네요.
또한번 언젠가 그처럼 거대한 모험을 떠날 수 있을꺼에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