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밤하늘의 기억이 떠올라 써본다.
프락에서 다시 독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우토반을 처음으로 운전해서 하이델베르그까지 갈 계획이었다.
프락을 떠나 체코의 국경인근에있는 작은 커피숍에 들렀다. 문닫을 시간이었는지 조명이 꺼진 까페엔 여직원이 혼자 있었다. 가만보니 맨발 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를 내려주던 그 친구는 알수없는 체코어와 눈을 때지 못할 예쁜 맨발로 친절하게 서빙를 해주었다. 붙임성있고 느긋한 유럽 시골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밤새 이야기를 나눴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민폐인것같아 서둘러 다시 차에 올랐다.
국경을 넘어 드디어 밟아보는 아우토반, 속도제한이 없어 좌우로 손살같이 달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와 도로가 이지경인데 미쳤다’라고 생각했다 상상과는 달리 아우토반의 도로상태는 그지같았다. 속도제한이 없는이유가 혹시… 달려볼테면 달려보라는건가?
확연한 밤, 비리디안 향기가나는 독일의 풍경에 빠저 운전하는데,
어느새 나란히 달리고있는 쥐색 세단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창문을 열어 뭐라뭐라했다. 쏼라쏼라.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해대는 독일 녀석들은 차에서도 인사를 하나? 하면서 손을 흔들어 답해줬다.
아니 그런데 내차의 좌로 우로 계속 따라오면서 말을 하는것이 아닌가? 아쒸 차에 문제가 있나? 그지같은 아우토반때문에 뭔가 고장이라도 난걸까 걱정하던 찰라. 이친구가 피켓을 꺼내어 보여주는것이 아닌가? ‘아 씨 뭐라는거야?’ 읽을수있을리가 없었다. 내 독일어는 중국어 만큼이나 까막눈이라고!
기어이 이 친구는 싸이렌을 차위에 올리더니 내 앞길을 막았다.
헐, 경찰이였어?
그가 유도한 갓길을 지나 가로등 하나없는(애초에 아우토반엔 가로등이 없었던것 같다) 시골 언덕길에 차를 댔다.
먼저 멈춰선 앞차에서 내또래 둘이 내렸다.
헉, 혹시 경찰이 아닌건가? 그들은 청바지에 후줄근한 회색 점퍼를 입고있었다. 그들이 외치는 말중에 ‘polizei’라는 단어가 들렸다. 다행이었다. 경찰이구나. 하지만 다음순간 그들은 영화에서 처럼, 교범대로 왼손엔 프레쉬 오른손엔… 오른손엔 다름아닌 글록 권총을 꺼내어 나를 조준하는 것이 아닌가!
운전석에서 꼼짝없이 양손을 들었다.
눈이부셔 더이상 그들의 험악한 표정을 볼수도 없었다.
이해할수없는 독일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온갖생각이 났다. 총구가 내 머리를 향하고있는지, 아니면 심장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시발 경찰이라면 설마 이자리에서 죽이진 않겠지.
얼어붙은 입술을 억지로 움직여 나도 소리쳤다.
‘Spreche Englisch, PLEASE!!!’
‘Passport! Passport!!!’
‘Ok, I understood, Sir !’ 비굴하게도 이후의 모든 말끝마다 애써 ‘Sir’를 붙였다.
엥? 가만있어봐. 여권은 왼쪽 가슴에 있는데, 이거 너무 뻔한 클리세잖아!
랙이걸렸다. 손을 안주머니에 넣으면… 이와중에 미스터 빈이 생각나서 웃펐다. 그래서 생각한것이 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르키는 것이었다. 충분히 알아차릴수있도록 수십번 여기!여기!여기! 손짓을 했다.
그리곤 내가 할수있는 최대의 슬로우 모션으로 여권을 꺼내는데 성공했다. 차문이 열리니 독일 특유의 묵직한 숲냄새가 후욱 들어왔다. 내 뒤통수를 겨누고 있던 경관이 다가와 여권을 확인했다.
그 둘도 긴장이 풀렸는지 영어로 또박또박 말해줬다.
‘저희는 사복경찰입니다. 일반적인 검색이었습니다. 아시아인들이 체코에서 밀수을 하는 사건이 많아서요’
이렇게 말하곤 둘은 다시 익숙하게 아우토반으로 사라졌다.
주변이 모두 깜깜하고 고요해졌다.
멍해진 나는 한동안 시동을 켜지 않고 앉아있다가. 차에서 내렸다. 불빛 하나 없는 어딘지 모를 독일의 시골
긴장을 했던탓에 들판에 쉬야를 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아… 입김에 가려져있던 말고 투명한 하늘, 빼곡히 바늘로 뚫어놓은듯한 무수한 별들.
이친구들아! 일반적이라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던곳이 다름아닌 이 아름다운 별빛 아래서 였다니. 웃음과 눈물이 났다.
별이 빛나던 밤. 나는 다시 시동을 걸고, 가득차 있던 긴장감을 흘려버리기 위해 창문을 모두 열었다. 네비엔 없던 그 시골길을 걷는 속도 보다 느리게 운전했다. 월면차를 타고 달의 뒷면을 운전하는 상상을 했다.
차분한 공기와 이 깊숙한 숲냄새는 없겠지만 말이다.
치명적이고 아름다운 별하늘 이었다.
미사시간에 강론을 귓등으로 들으며…
생각이 난김에 구글지도에서 더듬더듬 그곳을 찾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