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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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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것이 있었는지 카카오톡을 비밀번호로 잠궈놓고는, 번호가 기억이나지 않는다며 쪼르르 달려와 이것저것 방법을 묻고, 스스로 찾아보면서도 난감해하는 수리.

아빠가 풀어주겠노라 말해놓고도 정신없이 바쁜일을 우선 마치는사이, 잠이든 녀석 머릿맡엔 헨드폰이 안쓰럽게 놓여져있다.

풀이죽어 던져놓고 자는건지
아무일 없다는듯 그냥 골아떨어진것 뿐인지…
바쁘다고만 했던 이 바보 아빠만 그저 미안한 마음에 헨드폰을 손에 쥐고, 이생각 저생각을 한다.

이 녀석
용량문제도 해결했고, 언인스톨하고 다시 깔아놨구나!
잘시간 되었다고 닫아놓고 그냥 잠이든 모양이다.

한동안 내폰이었던탓에 익숙한 화면.

카카오톡 헨드폰인증을 새로한후에야(수리야 이거 띄어쓰기 어떻게 하니?) 친숙한 노란 화면이 캄캄한 거실을 밝혔다.

안읽은 메시지 한개.
할아버지께서 보낸 메시지를 읽고싶어서 서둘렀던 거구나

가만보자 나는 메시지를 뭘 보냈었지?

… 회의중입니다. 통화실패…

아이코

노란 화면을 곤히 잠든 수리 얼굴을향해 비추어보곤, 손이닿는데로 쓰다듬어 주며 남는 손으로 녀석 헨드폰에 저장된 내 프로필을 보았다.

하!

이게 ‘나’ 구나.

10년전 가장행복했던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고싶어 올려놓은 사진. 지금 고되고 힘든 많은 일들속에서 잊지 않고 그날처럼 행복해지기위해, 강해지기위해 걸어놓은 저 얼굴.

지금까지 저 얼굴은 나 자신과 내가, 단둘이 서로 바라보는 구도였을 뿐인데, 수리의 시야를 통해 새로운 뉘앙스로 다가온다.

나는 그녀에게 ‘우리 아빠(하트)’ 인거다.
기쁨과 도전과 새로움의 노스텔지아, 그 거울속의 나 자신과 서로 노려보며 이겨내고 생각하고 버텨내고 싸워갔던 지금의 나
그것모두 ‘우리 아빠(하트)’ 인거다.

이 시야. 관점.

가족. 홀로 사유하는것만 좋아하던 나는. 나밖에 모르던 나는. 지금까지 찾아보았지만 명료하지 않던 내 존재에대한 서술 중 가장 명확한 설명이다. 현실에서 그리고 보드라운 살결로 나를 움직이게하고 영감을 주는 우리 보물

우리 딸(하트)

나를 그만보고, 수리를 봐야겠다.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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