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나고 다시 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피로하고, 머리속이 복잡하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AI에게 상의해봤다. 이런식의 일기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말라고 한다. 너의 단점이 고스란히 보여서 읽게될 그들마저 떠날꺼란다. 안다. 의미없는일이다. gpt 너가 뭘 알겠냐.
15년전 다른회사 임원이었을때, 사람들이 임원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똑같이 감정적 공격 혹은 잔소리를 했었다. 그때의 그들은 나름대로 경력이 있던 각 파트의 전문가들이고 또래였으며, 그때의 나는 더 경험이 없었기에 더 아프고 힘든시기를 보냈었다.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은 트라우마의 원인이었다. 집을 팔아 월급주던날 어제와 같은 말들로 베고 찌르고 연을 끊고 사라졌다. 회사를 대표하는 임원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나를 똑같은 인간이라는것을 잊거나, 알더라도 일절 상관하지 않았다. 가쉽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무능한 리더와, 미래가 없는 회사의 모든 대명사가 되어 세상에게 손가락질 받는게 너무나 당연한 그런 흔한 일들 말이다.
함께하던 임원, 존경하고 믿던 친형같던 대표 john, 그들과도 똑같았다. 직원들이 했던만큼 나도, 그도 똑같이 서로에게 난도질을 했었다. 그 이후로 나는 다시는 사람들과 일할수 없을것 같았다.
그때 보다는 더 귀여운 상황이고, 시간이 지난 만큼 난 조금이라도 바뀌었을줄 알았다. 하지만 내 피부는, 멘탈은 바뀌지 않았던 모양이다.
일로만 파고들고 최소한 결과로서 평가 받기를 바랬다.
세상 누구도 말로 이해시킬수는 없었지만,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납득과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냉정한 세상에서 살아 갈수있는 유일한 내 방패였다. 결과를만들기 위해 스스로 가혹해지고, 사람들을 끌어가기 보다는 결과를 위한 일에만 몰입해 왔었다.
언제나 마지막은 프로젝트만 남고 사람들은 모두 떠난다.
더 이상 변명하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남은 사람들도 모두 해고 시키고 싶다. 혼자 하는것이 사실 더 빠르고 좋은결과를 내는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늘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하고 싶었다. 나혼자 언제까지 해내고 살아갈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래서 깜량이 안돼고 이 잔인한 녀석들을 품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나보다.
작년 녀석들 월급을 위해, 강의를 나갔을때, 사람들과 마주친 눈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경험했던 모든 일에서 느낄수없었던, 이해하고 알고 싶어 열망하는 눈빛.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넘어 인간적인 이해와 위로를 받는듯했다. 특히 내 또래의, 비슷한 환경의, 성향의 사람들에게서 말이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었지만 아마도 어떤 의미인지 그분들은 잘 모를꺼다. 듣기좋은 인사라고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어제 같은날, 내 세계관이 무너지는 날
그처럼 어딘가 날 진심으로 반기는 곳, 내가 쓸모 있는 곳에 가서, 실컷 울고 싶다. 내아야기를 듣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그립다. 엄마 품속같은 따뜻함. 언젠가 그런 꿈을 또 꾸어볼수있을까? 언제 또 그렇게나 아름다운 영감의 씨앗을 잉태해 볼 수 있을까?
….
그렇다면 교수가 되는것은 어떨까? 그 직업의 단점을 지인들을 통해 잘 알고있지만, 순간이라도 내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세상 어딘가엔 꼭 있으리라는 희망 같은것을 얻을 수 있다면 말이다.
…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때문에, 남준이가 위로를 받고 싶어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녀석과 나는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힘든 발걸음일지, 도망갈 수 없는 무거움일지 잘 알고 있다. 큰 용기를 내어 뱉어 내려 왔었던 거다. 이야기를 해보니 이녀석 나보다는 훨씬 강하다. 내가 우습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반대로 나는 남준이를 찾아갈 수 없을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디서 부터 말해야할지 알수가 없다. 오랜 친구이기에 오히려 말하기 힘든 일들이 많다. 이정도의 내 이야기는 서로에게도 너무 사사로운 일상이다.
꿈이다. 무작정 나를 위로하는 따뜻한 손길은 없다. 현실에서는 누구나 혼자다. 비관하거나 비꼬는것이 아닌, 진실로 누구나 혼자다.
당장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 곳, 내 은신처에 숨어서 나쁜것들을 토해 내는것이 어쩌면 유일하고 효과적인 치료다. 더이상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내일은 누구보다 용기있게 한걸음 나아가야 하기에 이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
다음 밑줄엔 꼭 희망을 써 나아가겠다.
p.s. 무슨 암시처럼 14년전 새로운 시작이라며 그렸던 그림이 떨어져 깨졌다. 난생처음으로 작은 고모가 잘지내냐며 걱정된다고 전화 하셨다. 우주의 수많은 우연중에 하나겠지. 우연한 4시44분처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