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ean
문뜩 네 생각에 펜을 들었어.
지난날의 모습과 얼마나 달라져있을지 궁금하구나. 끊임없이 주고받던 냉소적인 농담과, 뒤돌아서면 서늘했던 너의 세계관은 여전히 날카로운 명암으로 그려지고 있는지, 여전히 그 안에 서있는지 알고싶다.
우연히 다시 만난다고해도, 난 네가 아는척하지 않을 녀석이라는것 쯤은 알고 있다. 지금의 너는 달라졌을까? 어쩌면 난 너를 평생 제대로 알 수 없겠지. 흐릿하고 좁은 현미경 속 작은 단면 일 뿐이야.
모두가 신기해 할 정도로 우린 말이 잘 통하고, 끊임없이 세상 모든것을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 어떤 이야기였는지 기억하지 못허지만 세상에서 그렇게 재미있는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던건 그때의 너 밖에는 없었어. 그래. 우린 코엔 형제보다 더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을지도 몰라. 아니야. 그렇지는 않겠지. 너도 그 이유는 알지?
우린 몇년이나 매일 붙어다나면서도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은적이 없다. 서로에게 금기였지. 우린 동료였을까? 경쟁자였을까? 친구였을까? 상관없었겠지. 그런 규정은. 친구들 말대로 너와 나는 만담파트너였다. 무언가 말 안해도 정해진 관계의 컨셉이었지. 딱 그것만 하고 스위치를 내리는 냉정한 관계. 미숙했을지도 오해였을지도 몰라. 하지만 알다시피 친구로서 그리운 사람은 아니야. 그렇게 딱잘라 말할때마다 조금씩 관계를 정리했었다. 나는 너처럼 이성만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넌 유일하게 말이통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디어와 영감을 말하면, 머리속에 똑같은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얼마나 너와 같은 존재가 그리웠는지 모른다.
얼겠지만 난 말을 잘 하지 못하잖아.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도, 내 아야기를 하지도 않아.
허지만 지금은 말이야 나도 너처럼 호흡과 연기가 늘었다.
연습을 충분히 하면 사람들이 많은곳애서 조차 말을 할 수 있게되었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잘하고있다고 믿었고,
너같은 친구를 다시한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잖아. 뭔가 우리는 결여되어있는 모양이야. 우린 스스로 영원히 그 없어진 조각을 찾지 못하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무엇이 많이 이상한걸까. 무엇을 들킨걸까. 너는 그것을 알지도 모를텐데…
강의를 마치고 오는길애 적란운들이 너무나 눈부시게 반겨주는거 있지 이 느낌을 빨리 옮겨적어야했는데 운전중에 세워서 느껴볼 용기가 나지 않았어. 졸라 후진폰이라 사진이 개같지만 뭔가 뭉개뭉개 느낌이 오지 않아? 주목하는건 사운드야 여름 벌레 바람 자동차들의 소음이 강렬한 빛에 눌려 땅애 내려앉은듯한 환경음같은것 사진에는 없지만 엄청 하얗게 반사된 건물외벽과 칼같이 서늘한 그림자…아 뭔가 놓치긴 했어 이 느끼음 늘 원하던 ‘나의 여름방학’류의 카테고리야.
겅의 나가는게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이라 너무 좋다는걸 알꺼야. 특히 눈이 마주칠때막다 나는 정말 두려우면서도 너무나 편안해져 나를 위로해주는것 같았어
허지만 이번 강의는 조금 달랐어. 기립박수를 받고 다른교수님들께 무안할정도로 나를 편애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좋은 사람들이지만 난 이분들께 또 마음을 열어보기에는 무서웠어. 뭐랄까 또 아플것같았어. 뭐랄까 실제의 너라면 절대할수없는 오글거리는 말인데. 그냥 그 오라 같은게 있잖아 누군가 일방적으로 만드는게아니라 서로 에너지를 순식간에무한히 피드백하는 그런 느낌 있잖아. 공기. 느낌같은것.
그게 역시 쉽게 얻어지는것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아쉬웠어. 눈에, 가슴에 불꽃과 꿈이 있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어. 아름다운 사람들말이야. 그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얻어내려 노력했지. 울림을 준 몇사람도 분명있지. 하지만 뭔가 내가 선을 넘지 못했어.
오늘 그린 달이야. 한동안 개인작업을 못한건 영감이 탁! 하고 없어진거있지? 그 안으로 곪아가는 마음을 너는 알꺼야. 삶의 탈출구이자 젓가슴를 만지며 편히 쉴수있는 잠자리였는데 아무것도 그려자지않더라, 어니 그릴대상이 없더라.
다시말하지만 머리로 그리진 않을꺼야. 가슴과 엉덩이로 그릴꺼란말이야.
늙어가는 우리 아기 달이가 바닥에 널부러진것을 보고, 이친구도 이렇게 기억의 그림자만 남기고 사라질까봐 그려봤어. 못생기고 너무 일상이어서 스쳐자나가는 그런 모습들말아야. 컬러감이나 컬러면적의 긴장감으로 표현을 해야할지 그래 머리쓰지말고 날것으로 표현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그림은 좋은거야 이렇게 너와 대화할수 있는 모호하고, 살아있는 언어로서 말이야..
살아보니 어땠니?
너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처럼
세상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거였니?
내 친구 노민에게.
pa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