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대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대박’의 숨은 뜻을 역사 속에서 찾아보기로하자.
16세기 마지막해인 1600년.
혼란했던 일본 전국시대를 끝내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통일하게되는 매우 결정적인 전투가 있었으니 그것이 세키가라하 전투이다.
디테일한 전투과정이 매우 흥미롭지만 각설하고 ‘코바야카와 히데아키’라는 인물에대해 이야기를하고자 한다. 그는 서군을 배신하고 동군 즉, 도쿠가와 편으로 돌아서 동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나 충/효라는 개념이 없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얍삽하고 비열한 배신자로 실로 통렬하게 낙인찍히게된다.
배신한 서군에게는 물론이거니와, 공을 새운 동군 내에서도 말이다. 아마도 전공만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사회에서 “아무리 공을 세워도 그방법이 얍삽하다면 언제든 또다시 배신할 수 있기에 무공보단 의리가 중요하다.” 즉, 유교적인 충/효 사상을 일본이 드디어 받아들이게 한 사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 믿지 못하게된 지옥같은 혼란속에서 의리, 예의 라는 실용적이지 않은 개념이 생존에 직접적이었던 쌀보다, 적장의 목보다 더 중요 하게 된것이다.
(김보성의 으~리가 구시대적 가치라며 희화되는것이 배척하면서도 그리워하는 양면이 있으며, 그 내면의 충돌이 재미있다는 원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언어게임 글의 맥락-)
코바야카와는 전투를 승리로 이끈 후, 도쿠가와 군의 작전회의에 참석한다. 그 회의에서 도쿠가와와 그의 중신들에게 상은 커녕 비아냥을 듣게 되는데, 결국 그는 다음 전투에 선봉(선두)으로 참여하여 세키가하라 전투때에 패퇴한 적장 ‘이시다 미츠나리’를 직접 죽이도록 명령 받는다.
그때 중신들이 비꼬며 했던말이 삼국지로 부터 유래된 “콩을 삶는 데 콩깍지로 불을 땐다.” 라는 말이다.
위험에서 구해주고 후원해준 도쿠가와를 결국 배신하여 서군을 일으킨 배신자. “이시다 미츠나리를 그의 배신자 코바야카와 히데아키로 처단한다.” 라는 말이다.
결국 도쿠가와가문은 전쟁에 승리하며 이후 수백년동안 일본을 평정하게 된다.
그 결정적이었던 세키가하라 전투를 자연적이든 의도적이든 대대로 기리며 회자하는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일것이다.
아이들에게 기마전을 놀이로 삼게하고, 동군 서군으로 나누어 전쟁놀이를 하게하여 이를 축제로 삼았을테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내전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또한 도쿠가와 막부의 아이들처럼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전쟁놀이 즉, 운동회를 하게 되었는데.
그 운동회의 하이라이트. ‘박 터뜨리기’는 앞서 ‘콩을 삶는 데 콩깍지로 불을 땐다.’라는 말을 그대로 형상화한 의식, 놀이라고 강력하게 추론한다.
<작은 콩을 던저서 큰 콩을 부순다.>
나아가 대박을 터뜨린다는 말의 어원은 여러설이 있지만, 또 여러 어원의 총합이겠지만.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때에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의미도 무리없이 포함 된다고 볼 수 있다.
사업에서의 성공, 입시에서의 승리…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대박나세요.’ 라는 말은 ‘승리하세요!’ 나아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부조리를 없애야 한다 라는 뜻. 또한 승리라는것은 대상,상황에게 이긴다 자체가 아닌 스스로의 부조리를 없애고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인격체가 되는것임을 함축하여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배신자의 최후를 굳이 하이라이트로 기념하는 이유에서 말이다.
파란만장했던 16세기에 마침표를. 동시에 평화의 시대를 시작하는 그 지점이 세키가하라 전투였듯이 대박을 터뜨리라는 인삿말은, 새해인사로. 또한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인사로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대박나세요.”
비속어라는 관념을 깨고,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을 사는 지금 우리들에게 이 표현이 사랑받는 이유. 그 원리는 알 수 없지만 너무나 많은 뉘앙스가 적절하게 표현된 ‘대박나세요.’ 라는 말이 이렇듯 간편하고 또렸한 단어로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다름아닌, 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로 쓰여진 강렬한 깨우침. 그 역사의 정수였기 때문 이리라.
고도화한 문명은 이러한 정수로 단어를 만들어간다.
사고는 단어의 힘을 빌어 그 지평을 넓히기 때문에 단어에 숨어있는 추상적 개념을 논리화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역사 공부가 중요한 이유이다.- 이는 다름아닌 효율적인 사고를 위해서다. 단단하게 단순화 하여 다음 사고에 흔들림이 없게 하기 위함이다. 무너지지 않는 사고의 탑을 쌓기 위해서이다.
단어라는 단단한 초석으로 사유를 넓히듯. 지난 과거의 뉘우침을 대박이라는 단어로 다시한번 축약하여 보자. 부조리한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의 승리를 쟁취하자. 부조리없는 온전한 승리를 말이다.
2017년 새해
과거의 마침표, 그리고 새로운 시작. 문명인으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위해 스스로에게 인사를 하자.
‘새해 대박 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