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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1

술은 항상 혼자 마신다.

소주 5잔을 마시고 인공호흡을 한 이후로 술은 못하는줄 알았다가 자취방에 원큰형이 모셔둔 위스키를 몰래 홀짝홀짝 마시던게 습관이 됐나보다.

내일은 폴리텍수업 3번째기수의 마지막 수업이다. 이제 아마도 더이상 강의를 하지 못할것같다. 회사가 이대로 멈춰버린다면 말이다.

하루종일 애타는 마음으로 돈 어떻하지 돈 어떻하지… 다른회사 어떻게 들어가지 겁나고 쫄고 긴장하고 딱히 답도 방법도 없이 어린아이마냥 스스로를 향한 투정만 부리다가 새벽에 술이 한모금 들어가니

왠걸,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마운 기분만 든다.

언제나 당장 죽을것 같던 인생의 고비에서 발버둥을 칠때면
언제나 해결하러던 방향과 다른 곳에서 우연한 인연을 만나
그 인연을 통해 그렇게 죽을것 같던 내 삶에 평화가 찾아왔다

난 운이 좋은가보다

그래 떠올려보면 이런날들은 수없이 많았다.

중국 세가가 망하고 오갈데없어 중국에서, 한국에서. 너덜너덜해진 게임기획서를 들고 수없이 많은 곳에 기웃거렸었다. 넷마블,네오위즈,엠게임,오리온..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많은 대표님들. 지금에야 하찮고 부끄러울 정도로 비지니스 기본도 없었다. 그저 다급하게 나를 깍아 부탁만 드렸다. 오히려 그 어설픔이 좋았던지 지금에도 만나뵙기힘들 대기업 대표님들이 이래저래 사람을 소개해줬고, 잡지사의 기자님을 알게됐고, 그 기자님이 UN에서 그리고 방송국에서 일하던 분을 소개시켜줬다. 그분도 함께 투자처 혹은 팀을 거두워줄 회사를 알아봐 주셨다.

어느날 그사람은 내 낡고 두꺼워진 기획서를 한참 애처롭게 보더니 본인과 사업을 해보자고했다. 게임기획서는 잘모르겠지만 이 문서에 묻은 때와 그위애 덕지덕지 붙은 메모를 보니 뭔가 될것같다고 했다.

바나나였다. 겉은 노란색 동양인, 속은 하얀색 백인이라는 뜻이다. 미국인에서 나고 살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돼 한국말이 조금 어색하다. 그 양반이 따낸 아일랜드와 독일의 게임엔진을 함께 팔았다. 게임엔진은 1.5억 이었고 하나를 팔면 2천만원을 받았다. 한달에 2건씩은 팔았으니 회사가 굴러갔다. 아시아 총판이라 아시아국가들에 출장도, 유럽각지에도 출장을 많이 다녔다. 내가 잘난 사람이 된것만 같았다. 친구도 많이 사귀고 새롭고 흥미로운 일들을 줄곧 마주했었다.

하지만 개발조직은 나의 모자람덕에 잘 굴러가지 못했다. 수익까지는 너무나 멀었다. 언젠가부터 게임 엔진도 판매가 부진해졌다. 파도가 얽히거 얽혀 결국 커다란 위기가 왔고, 존경하던 존과 마틴은 그들이 흘린 수많은 피웅덩이에 스스로를 남기고, 나만 건져 다른 회사에 의탁하게 해주었다. 그때에는 잘몰랐다. 나는 아주 작은 손해를 본것 뿐이다. 그들은 더 많은 미래까지 잃게 되었던거다. 마틴… 아직도 마음이 찢어진다.

그렇게해서 이어진 또다른 감사한 인연이 만쥬다.

분명히 나는 그동안의 빚을 위해 안정적이고 돈을 많이 준다는 회사에 갔어야 했으나, 난 이 회사가 한눈에 좋았다. 재미있는 일을 한다. 나와 성향이 맞는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던이유는 만쥬를 어렸을때부터 눈여겨보던 거대 회사의 대표님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격도 더럽고 무척 미친사람같았지만 지금생각해보면 이 대표님이야말로 강호의 도리를 아는 분이었다. 인연은 이렇게 서로 이어진다. 돈과 이익이 아니라 인품과 인품으로 말이다. 허나 이분은 범인이 상상도 못할 큰 실패를 격게되었으니, 수백억의 억울한 피해와 충격에 따른 건강악화로 실패의 파도가 이어졌다. 길거리에 쓰러져 죽는다고 연락을 받았다. 제일먼저 달려갔던 만쥬의 말로는 다행히 시골로 야반도주해 단칸방에서 요양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나중에 나는 이분이 재기할수있도록 내명의로 법인을 설립하도록 해드렸다. 뿌듯하기도하고 그와중에도 도움을 많이 주셨으니 내 개인적으로도 회사와에 진 빚이 많다. 늘 미안하고 늘 감사한다.

이런 사유로 투자를 받아 개발을 해왔던 만쥬와의 회사마저 무너졌다.
만쥬와 나는 하던 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계속하고자 했다. 한때 유행했던 소이왁스로 캔들만들기 패키지를 구상해 텐바이텐과 천삼백케이등 유명한 디자인몰에 입점하고 아트박스 전국매장에도 물건을 납품했다. 만주는 대학원도 진학하여 미래를 도모하고 나또한 개발에도 매진해 KBS와 실시간 방송 연출시스템을 만들기도했다. 코딩을 매일밤새 공부하며 만들었다.그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해왔다. 만주는 사업과 기획을 나는 아트와 개발을 담당했다. 죽지 않을만큼 필사적으로 발을 굴러 목이 물밖에 나오도록 헤엄치며 살았었다. 대부분 죽기살기였다. 일 외에는 거의 기억나지 않을정도로 그렇게 15년이 지나갔다.

만쥬에게 많은것을 받았다. 위로와 격려, 칭찬, 믿음, 돈, 대신해준 마음고생. 만났던 모든사람중에 가장 그릇이 큰 사람이다.

어떻게든 보답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늘 함께 일하고 싶다.

내일은 아니더라도 당장 오늘 이렇게 회상하며 따뜻한 전기담요위에 누워있는것 또한 이친구의 덕이다.

따르는 술잔하나에도, 마시고 웃음이 나오는것도 모두 이친구의 덕이다.

이 고마운 친구들 덕에 내인생을 큰 그림에서 본다면 대체로, 아니 대부분 운이 좋았다.

고맙고 감사한 인연들 덕분이다.


늘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유일하고 확실하게 내가 해줄수있는 일이다.

주님 그들의 선함을 기억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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