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왜 신세한탄이냐면 스스로도 그냥 한번 신세한탄으로 뱉어버리면 그만인 일일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산하는것 처럼 뭔가 만드는일은 사람을 극도로 민감하게 만드는모양이다. 그때문이겠지. 속초 리조트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밖에서는 낯이뜨거워 이런표현은 못하지만 난 어떤 프로젝트라도 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이나 단순한 결과물단위가 아니라 감각을 쥐어짜서 만들어냈기때문에 작품이라고 난 정의한다. 이런 애착은 상당한 피로가 뒤따른다.
난데없이 중간에 끼어들어와 마음대로 평가하고 정말 수십가지의 끈으로 연결된 그게 거기 있는 이유, 수백번의 고민으로 둔 바둑의 한 수 처럼 둔 요소들을 아무렇지도않게 방해하고 부숴버리면 미칠것같다.
어쩌면 이렇게 잔인하고 몰상식한가.
그래픽일이 중요하다며 나는 그 일에만 집중하라더니, 꼬맹이들을 앉혀놓고 내가 만든 작품을 실랄하게 비평하며, 만든 사람이 왜 이걸만들었는지 아무런 의문을 제시하지 않은채 다들 가위질로 작품과 내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다. “왜 이런생각을 했지? 지워버리죠” 하하 호호 웃으며 말이다.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어 사무실로 쓰고있는 세미나룸을 나와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이런 몰지각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이은석교수에게 신세한탄을 했다.
회사의 모든 사람들을 가르치기도했고 회사와도 인연이 깊은 사람이라 내가 얼마나 힘들지 잘 이해하고있는, 말이 통하는 개발자출신 교수님이다. 입바른말인지는 몰라도 내생각과 판단들이 모두 맞다고 해주신다. 결과물들을 보여주면 감사하게도 이런 수준을 만들수있는 사람은 전세계에서 조상님 밖에는 없다며 항상 놀라워 하신다. (내 별명중에 하나가 조상님이다) 그러나 딱 이사람뿐이다. 꼬맹이들의 눈높이에는 내 일들이 너무나 하찮아 보이나보다. ‘그 병신새끼들 잡아서 족치세요’ 라고 하지만, 여긴 나만 병신인 세상이다.
기술이나 자기만의 세상이나 아름다운 그래픽이 아니다. 사람들이 즐거워 했으면 했다. 내 작품들을 통해서 말이다. 만드는 나는 그들과 맞닿아 있지 못한다. 음악처럼 함께 즐길수있다면, 영화처럼 함께 볼수있다면 좋겠지만 게임이라는 매체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적인 플레이기때문에 만든이는 그들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기회가 많지 않다. 쉽지 않다. 내가 즐거울때 비로소 그들도 즐거울수 있겠거니 짐작할 따름이다.
유니티 엔진조차 잘 못다루는, 게임을 한번도 만들어 보지 못한 꼬맹이들이 개발자랍시고 나를 까대는건 즐겁지 않다. 고통스럽다. 그들을 신뢰하며 나를 조롱하는, 또 도구로 사용하려는 대표와도 더이상 말 섞고 싶지 않다.
왜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는 대상을 내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기는 것을 참아가며 해야할까? 결국 내손으로 그 시쳬를 다시 살려내야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그러하다(평론가들로만 가득하다. 그들이 지워버리면 다시 그려야할 사람은 나뿐이다)
그만두어야하는게 맞다.
그만두지 말라고 한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회사라고 자부한단다.
내가 승질을 부려도 참아줘서? 미쳐날뛰어도 감정적으로 다들 이해해주는곳이 이곳뿐일 꺼라고? 흠… 내가 왜 화가나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으니 그들입장에선 참아주는거겠지. 내가 왜 화를 내는지 정말 모를까?
아니면 모든것이 내 공상이 만든 허상일 가능성 하나가 더 있다.
…
아침마다 병풍처럼 펼쳐진, 구름이 흘러내리는 울산바위를 보고있자니 든든한 밑천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은 내 마음의 평온을 다시 되찾게 해주더라.
매일 아침마다 순간마다 달라지는 이 풍경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