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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7

아직 파란하늘의 여운이 남아있는 밤 하늘. 그보다 더 짙게 흩어진 구름위에는 하얀달이, 그 아래에는 복도식 아파트가 반듯한 직사각형으로 내눈 앞에 가득히 서있다. 오토바이소리가 시끄럽더니 파랗게 깜빡이는 복도의 전등이 순서대로 켜졌다 꺼진다. 노란색의 창문들은 띄엄띄엄 작은 소음들과 함께 각자의 저녁 식탁위의 이야기를 속삭이는듯하다. 시원한 바람은 가로등과 나무들을 비집고나와, 내 옆을 스처지나며 저멀리 어딘가로 떠나자는 시원스런 조르바의 목소리처럼 나를 다그쳐 깨운다.

저녁식사 무렵의 무척 다정한 풍경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 안에 서있지 않은듯 조용한 그림자만 등뒤로 길게 누워, 불안한 꿈만 줄곧 꾸고있다. 왜 늘 이정도 거리에서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걸까? 왜 평화로운 풍경속의 아름다운 삶들은 나를 아프게 하는걸까? 샘나고 그리운 보통의 저녁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당신의 저녁 식탁엔 늘 밝은 조명과 시원한 바람과 익숙한 고향의 음식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내겐 들리지 않아도 좋으니 저 예쁜 풍경안에 달콤한 속삭임 중 하나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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