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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6

연휴. 12시간씩 꼬박꼬박 잤다. 피곤이 풀리면 얼굴이 괸찮아 지겠지 하고 다시 거울을 봤는데, ㅉㅉ 그냥 늙은거네

간사한 몸뚱아리가 금새 적응을 했는지 꿈쩍하기도 귀찮아진다.

어디든 간단히 여행을 다녀오고싶어서, 대충 80km 정도 거리를 찍었다. 그정도면 오후 늦게 출발해서 차가막히지 않을정도의 밤에 돌아올 수 있으리라.

천안이었다.
덕후들의 성지 몇곳을 들러봤다. ‘진격의 거인’ 피규어가 없다. 사지도 못했을테지만 실망했다. 이유없이 지나가는 사람의 눈을 때리는 LED간판들. 폭력적이고 건방지게 번쩍이는 원조 호두과자 가게 중 가장 조용한 빛을 골라 들어갔다. 황량한 주차장 한가운데 대각선으로 차를 댔다. 이유없는 플렉스다.

대학가 라멘집에서 비벼먹는 무슨 라멘을 먹었다. 이도시 사람들은 다들 이 라멘집에 모여 사나보다. 그외의 길거리 시람들은 단대호수에서나 볼 수 있었다. 수달을 기대했으나 달이만 씬나게 나를 한참 끌어 당기다가, 반바퀴를 넘어서는 얌전히 내 옆을 따라 걷는다.

생각치도 못한 길, 처음 와본 골목은 오래됀 5층 주공아파트처럼 어렸을적 살던곳 같기도하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또다른 세상에 와 있는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청주에서 만났던, 가출한 녀석들처럼 길거리에서 어색하게 만나 친구가 될수있을까? 누구에겐가 용기내어 말을 걸어본적이 얼마인가. 커다란 도로, 쇳덩어리 안에서 다들 어딘가 운전해 가느라 바쁘기만 하다.

가고자 했던곳은 80km의 적당한 거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으로 향하는길, 그 마음의 작은 골목길이다.

검은 둑 한켠에 동그랗게 솓아오른 나무 실루엣이 파란 땅을 딛고 별들을 향해 손가지들을 흔든다. 멀리 아스팔트소리가 이따금 지나가고, 반대편에서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개구리들이 종알댄다.

어딘지 모를 시골길에 차를 대고 사색하기엔, 뒤에서 부터 떠밀려오는 바쁨을 외면할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당신도 언젠가, 이따금 이렇게 당신을 위해 준비된 이 느긋하고 황홀한 밤풍경을 듣고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면 난 더욱 더 행복하겠다.

© 2025. Paul Cho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