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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30

보험때문에 아침부터 한바탕했다.

난 보험이 있다 없다 있다가 현재 없다. 어쩌라고 미니멀리스트라고 나는.

보험은 공포 판매 시스템이다.
사교육, 뷰티, 건강, 종교… 그리고 AI어쩌구하는 것들 모두 다 공포 마케팅이다. 너만 빼고 다하는데? 늦으면 큰일남. 가족, 자식, 죄책감, 미래에대한 불안감으로 먹고사는 자본주의 빨갱이 종간나 새끼들의 악마같은 시스템이다.

물론 위에 열거한것들의 순기능도 당연히 있고 적당히 똑똑하고 적당히 바보같은 우리에겐 필연의 사회 시스템이긴하다. 어머니도 보험을 하시며 우리 세남매를 키우셨다. 유치원을 다니기 훨씬전부터 엄마손을 잡고 무수히 많은 집을 다녔었다. 판매원으로서 정말 힘든일인것을 잘 안다. 어머니의 조언대로 개고생을 위해 보험사를 다녀보진 않았지만, 어떤 일인지는 잘 알고있다. 그 일을 하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다.

엄마와 매일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었지만, 그게 모험이 아니라 보험인줄은 몰랐다. 진짜 모험과 보험이 뭔지 알게된것은 재미있게하던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에서였다. 바다를 항해하며 무역을 하는 게임이었는데 해적을 만나 몽땅뺏기거나 침몰하면 그지가 된다. 그래서 은행에 보험을 드는데 선원들 월급은 밀려도 보험비는 따박따박 뜯어가더라. 초딩때부터 은행이 가장 악날한 해적으로 각인된 이유다.

훗날 찾아보니 실제 역사와 게임의 이야기는 정확히 일치했다. 은행은 자본주의 빨갱이들의 최고 악마 기관이었다. 사실 당시의 실질적인 보험은 길드 였다. 나또한 20년넘게 함께하는 자랑스런 길드 친구들이 있다. 어려울때 돕고 위로하는 길드 그 자체의 의미처럼 우리는 정말 길드로서의 모임을 해 오고 있다.

간병인 비용이 다음달이면 오른다고? 아 난 간병인을 두고 죽는건가? 친인척들의 죽음의 과정에서 가장 슬펐던 것은 화분에서 천천히 죽어 낙엽이되는 과정을 모두 오가며 함께 감상하는, 그런 유족 관상형의 죽음이다. 물론 물론 의미가 있기도하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는 관철되지 않는것 같다. 폐를 끼치지 않는 죽음이라기엔 생전 한번 뿐인 죽음 아닌가? 이기적으로 죽고 싶다. ‘아 이럴줄알고 보험들어놨지~’ 간병인 비용따위 존나 후회하거나 다행이다라는 마음 갖고 싶지 않다. 자 빠이~ 인사하고 어디 존나 콜록 대면서 여행하다 객사하고 싶다. 뭐 할일다하고 퇴근한다잖아. 간병인으로 무슨 첫사랑이라도 나온대냐? 아 왜 죽는거 걱정해야돼 살기도 바쁜대.

뭐 학원돌려서 내 자식이 잘나야돼? 그냥 이뻐 내눈엔 잘났어. 걱정돼? 웃기지마 님이나 걱정해. 조마조마 건강챙기느라 스트레스받아서 더 일찍 죽는기야. 착하게 살아서 천국가야돼? 그딴거없어 착하게 살지마. 님들 그냥 그대로 잘생기고 이쁘고 똑똑하고 잘났어 보험말고 친구들 많이 사귀자. 엄마 돌아가실때 보니까 보험나부랭이와 비교할 수 없는 친구들 수천명이 왔었다. 보았냐? 이런 핵인싸의 아들이 바로 나다! 하며 존나 자랑스러웠다고. 이게 어머니가 평생을 부어 받은 진짜 보험금이다.

셰익스피어보다 더 걸작인 대항해시대에서 배웠노라.
보험은 원래 길드의 역활이다. 길드란 공동체. 즉 친구들이다.
그들은 출항할때 기도해주고 축하해주지, 넌 난파해서 뒤질때 일 10만원짜리 간병인이 필요할꺼야라고 말하지 않아.

몰랐냐? 아직 난 출항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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