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개월동안 내 홈페이지의 호스팅이 만료된것을 모르고 있었다.
머리가 아플때마다 이곳을 찾아와 글을 쓰고는 또 다시 잊고 살기를 반복하고 있다.
파김치가된 퇴근길. 진정 사랑하는 친구들은 어디가고 어째서 매번 같은곳에서 길을 잃고 좁은 골목길에 혼자 있게 되는것일까.
퍼즐의 원인 찾기.
복잡하고 어려운 퍼즐을 좋아한다.
몇천원에 구입하여 몇시간만 몰입하면 금방 완성하는 게임과 다르게
현실이라는 퍼즐은 대체로 완성하지 못한채 내 마음을 가득채우고 문을 열면 눈물처럼 쏟아져 버릴 만큼 많이 쌓여있다.
게임과는 다르게 이 세상의 퍼즐이라는 것은 무한한 조합이 가능하다.
그 끝없이 연결되며 번쩍이는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존재할 의미와 이유를 말하고 있어 풀어야할 퍼즐이라는것을 까맣게 잊게 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의 퍼즐에는 제한시간이 존재한다.
정신없이 구름처럼 엉킨 퍼즐을보고 의미와 이유를 생각하다가 문뜩 제한시간이 끝났음을 깨닿게 되었을때에 나는 줄곧 풀지못한 죄책감과 조바심에 정답대신 둘러댈 핑계를 먼저 찾아왔다.
알고있다.
대부분의 이 퍼즐들은 정답지가 있다. 때때로 다른 그림으로 조합할 수 있다지만,
세상의 그림은 대부분 어느정도 힌트와 정답을 향해 가기 마련이다.
정답을 맞추는것이 간단하고 옳은일이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바보처럼 퍼즐의 가능성, 그 가능성의 원인이나 이유따위를 생각하는것에 취해 버리곤했다.
결국 핑계라는 친구를 찾아 서로 위로하며 함께 취하는것이, 정답을 찾는일보다 쉬워져 버렸다.
핑계라는 친구.
오늘도 그 반갑지도 싫지도 않은 얼굴의 오랜 친구가 느긋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나를 마주하고있다. 이녀석과는 언어를 사용해 말을 해본적도 없지만 그동안 내가 가장 의지하고 있던 친구임은 분명하다. 내일 아침 또다시 이 의문투성이인 퍼즐을 중압감없이 내 나름의 방식과 형태로 풀수있도록 도와줄 친구.
이 오랜친구덕에 나는 가끔 복잡하고 새로운 퍼즐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것을 자랑하고 스스로 행복해하기까지 했다. 중압감을 지워주고 내 방식을 응원해주었기에 나는 더 잘 풀수있다고 생각했다. 핑계가 시간을 벌어주고 그사이에 나는 반전의 승리를, 동시에 모두를 납득시킬수있는 새로운 그림이나 그 망상에 빠지게 되었다. 어쩌면 정답과는 멀수록 더 멋져보였달까.
회사나 후원가에게 속한
작가, 화가 혹은 작곡가였다면 현실에서 한발쯤 땔수있었다면 점점 엉망이되어가는 내 현실의 퍼즐은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핑계 보다 더 멋진 친구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나는 현실에 서있어야 하고 아슬아슬하지만 애써 이곳에 서 있다.
발을 때고 공허함에 나를 맏기게 된다면
몇초후 몇분후 몇일후 반드시 자책과 후회로 내 자신이 망가지게 되는것을 알고있다.
퍼즐의 원인과 가능성, 이유를 분석하며 파해치는것만으로는 이 퍼즐을 완성할 수 없음 또한 충분한 경험으로 알고있다.
동시에 내 방식으로 이해하고 납득하고 풀었을때에야 남들과 견주어 그나마 평균의 현실감을 찾아낸다는 내 자신의 한계 또한 무시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후회하지 않을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해서’라고 말한다면 비웃음의 대상이 될뿐일까.
복잡한 삶의 퍼즐을 언젠간 모두 풀 수 있는 위대한 플레이어라고 자만도했었다.
복잡함과 가능성의 아름다움에 넋을잃어 시간을 놓쳐왔던것도 사실이다.
이 모든것이 꿈속의 꿈 그림속의 그림 퍼즐속의 퍼즐이라고 보여질때도 있었다.
현실과 공허한 이상 사이에서 높지고 낮지도 않은 어정쩡한 발돋움만을 계속해왔던 삶이다.
그 많던 발돋움의 반복중에 결국 -필연적으로- 나는 내 자신의 퍼즐을 보게된것같다.
풀어왔던것이 세상이라는 퍼즐인줄 알았는데 결국 나는 내자신의 퍼즐만 풀어왔던것 같다. 세상의 퍼즐에서 나는 어쩌면 나는 작은 퍼즐조각, 이 세상을 가득매우고있는 어딘가 모자란, 완벽하지 않은 퍼즐조각이었으며 나혼자 나 스스로 이 세상이라는 퍼즐을 풀수는 없는것이라는 너무나 기본적인 규칙을 알게 된것 같다.
매끈하게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내 옆에 내위에 내곁에 이어지는 다른 퍼즐과 맞추며,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어 살아야하는것을 다시 깨닿는다.
세상 어디엔가에 맞을 수 있도록 내 못나고 부족한 모양을 숨김없이 보여주어야하는 퍼즐 조각이었음을 다시 상기한다.
시간제한과 현실에서의 무기력함같은것은 결국 내곁에 누군가를, 누군가의 곁에 나를 끼워넣어야 해결될것이다. 몇 초만의 작은 용기과 결단으로 내 몸을 일으켜 세울수만 있다면, 세상이라는 큰 퍼즐은 기꺼이 나를 받아줄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