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수리 실기쌤과 면담을 한적이 있다. 갓 임용된 학생만큼이나 어린 선생님. 당황스러운 첫번째 상담 대상이 바로 나였다.한예종을 나왔다고 알고 있었다. 수리가 가고싶은 대학 일순위다.
나도 미술을 조금 아는탓에 선생님의 긴장은 반가움과 함께 조금 편안한 자세와 표정으로 옮겨갔다.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무대 미술과 이기때문에 더더욱 영화의 미장센을 가르치고 싶다고 하셨다. 고전 소설만큼이나 꼭 필요한 창작활동의 기반이라고 나또한 생각하던 참이었다. 머리속에서 튀어나오는 영화감독이나 영화제목을 자제하지 못하고 선생님께 쏟아냈다. 내가 생각하는 녀석들의 훌륭한 연필과 물감같은 기본재료가 되어줄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선생님은 환하게 웃고 계셨다. 한참을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나또한 너무나 반가웠다. 어두컴컴한 방구석에서 비디오를 넣었다 뺐다 담배를 얼마나 폈는지도 모를 연기 자욱한 방에서의 추억을 이렇게 멀쩡한 아침에 멀쩡한 사람과 이야기하고있는게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다. 약속된 시간이 한참 넘어버려 서로 인사를 할때에 선생님은 첫 학부모 면담을 편하게 시작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하셨다. 주책없이 쏟아낸 영화들이 선생님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여지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눈빛으로 나또한 격식을 차려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오늘 수리에게 카톡이 왔다.
선생님께서 고민끝에 엄선한 영화들이다. 아래의 이 리스트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는것 같다.
어린다고만 생각했는데 속이 꽉찬 선생님이군. 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이 영화들이야말로 현대 대중예술의 결정체다. 쿠로자와 아키라나 에드워드 양, 지아장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의 감독 작품이 없는것이 안타깝지만, 또 너무 꼰데 고전이 있는것도 그렇지만 ㅎㅎ 암튼 훌륭하다.
얘들아 다 이거 배끼는거야. 릴스 넷플릭스? 다 이거 주워다 붙이는거란다. 코딩에서 깃 알지? 그것처럼 인류의 legacy다 이말이야. 가져다 쓰는 라이브러리 라고 알겠지? 잘 봐주었음 좋겠디 마치 내 작품처럼 그런 간절한 마음이 든다.
수리야 학비 개비싸 하지만 너가 이영화 다 본다면 아깝지 않을꺼같아 ㅋㅋ
아참 최근에 추천받은 영화도 한번 봐야겠는데 오늘은 붓한번 못들고 벌써 5시다. 영화나 한편? ㄱㄱ
고전
<달세계 여행>조루즈 멜리에스 1902
<대열차 강도>‘에드윈 S. 포터’ 1903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1919 – 로베르토 비네
<노스페라투> 1921 – F. W 무르나우
<메트로폴리스> 1927 – 프리츠 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939 – 빅터 플레밍
<석류의 색> 1969 – 세르게이 파라하노프
<순응자> 1970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휴고> 2011 – 마틴 스콜세지
- 공간 (세트, 소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 – 스탠리 큐브릭의 모든 영화
<도그빌> 2003 – 라스 폰 트리에
<아멜리에> 2001 – 장삐에르 주네의 모든영화
<더 폴> 2006 – 타셈 싱
<델리카트슨> 1991 – 장삐에르 주네. 마르크 까로
<미러 마스크> 2005 – 데이브 매킨
<홀리 마운틴> 1973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모든 영화
- 캐릭터 (의상, 분장, 헤어)
<화양연화> 2000 – 왕가위
<황후화> 2006 – 장예모
<꿈> 1990 – 구로자와 아키라
<올란도> 1994 – 샐리 포터
<제5원소> 1997 – 뢱 베송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2 ‘워쇼스키 남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 2008 – 데이빗 핀쳐
- 촬영 / 조명 / 색
<시민케인> 1941 – 오손 웰스
<대부 1. 2. 3> 1972. 1974. 1990 – 올리버 스톤
<서스페리아> 1977. – 다리오 아르젠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015 – 조지 밀러
<딕 트레이시> 1990 – 워렌 비티
<영웅> 2002 – 장예모
<요리사, 도둑, 그의 부인 그리고 그녀의 정부> 1989 –
피터 그린어웨이의 모든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 – 팀 버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2006 – 나카시마 테츠야
<천국보다 아름다운> 1998 – 빈센트 워드
세가지 색
<블루>1993 <레드>1994 <화이트>1994 –
크쥐스토프 키에슬롭스키의 모든 영화. <10계> 10편 중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 웨스 앤더슨의 모든 영화
<더 셀> 2000 – 타셈 싱
<레퀴엠> 2000 – 대런 아르노프스키
<블레이드 러너> 1982 – 리들리 스콧
<에일리언> 씨리즈 1. 2. 3. 4. – 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론. 데이빗 핀처.
장 삐에르 주네
<희생> 1986 – 안드로이 타르코프스키
<메멘토> 2000 – 크리스토퍼 놀란 (단편-두들벅)
<1917> 2019 – 샘 멘데스
<공간이 말을 걸어올 때…> 한국 영화미술감독 추천영화
씨네21 기사 참조(검색)
- 애니메이션 –
<나무를 심는 사나이> 1987 – 프레데릭 백
<유리 노르젠슈테인 단편집> – 유리노르젠 슈테인
<아키라> 1988 – 오또모 가츠히로
<이웃집 토토로> 1988 –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영화
<라이온 킹> 1994 – 로저 월러스. 롭 민코프
<공각기동대> 1995 – 오시이 마모루
<러빙 빈센트> 2017 –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