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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7

<장님 버드나무가 아이를 감싸주고있는 그림을 그린 여자가 친구에게 이 그림에대해 설명하고있으며 … 파리가 민들레 홀씨를 그들에게 날려주고있다>

한예종 다른과의 올해 입시 주제였다고한다. 같은 주제로 그려봤는데 실기쌤에게 칭찬받았다며, 수리의 기분좋은 모드가 켜졌다. 비상등을 끄고 시동을 걸때만해도 한숨쉬는 고3의 무게때문에 차가 안나갈정도였지만, 그 난해한 주제를 이렇게 저렇게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냈다며 자랑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볼륨40의 음악보다도 크게 들렸다. 그림한장에 울고웃는 맛이 있는거지 짜식.

회사를 샤삭 빠져나와 수리학교로 향해 운전하는동안에는 류츠신의 단펀소설 ‘불을 지키는 사람’을 낭독으로 들었다. 뭔가 특별한것이 없는가 싶었지만 어느구절에선가 턱하고 가슴이 매이는 느낌을 받았다. 차도 막히지 않아 끝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인간의 집중력이란 어쩔수 없는지 중간중간에 서버개발자에 대한 생각을 했다. 너무도 당연해서 아무도 존재조차 모르는, 사실 눈에 띄지 않아야 인정받는것이 서버개발자이다. 호텔에서 일하는 장면이라면 어떤것일까? 서버는 단골 손님들의 취향에 맞는 방을 배정해준다거나, ‘애인이 바뀌어도 모른척 할것’이라는 메모를 남겨두는 일, 그리고 스케쥴에 맞추어 실행하게될 모든 이벤트를 관리하는 일일 것이다. 부드럽게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녹아 있어야 하는 일이다. 주인공은 손님이어야하고 오너와 호텔 브랜드의 철학에 따라 주인공을 모셔야한다. 규칙적이고 안정지향적이어야 한다.

대학보다 비싼 학비때문에 사업을 유지하자고 한걸까? 당장 위험한 이직보다 합리적이니까? ‘그런것 아니냐’는 대표의 말에 당장에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뭔가 내 이익에 대한 배상을 해야한다면 나는 저 서버개발자로 변신해야한다. 현재의 나는 별 쓸모가 없다. 하하 기쁠때나 슬플때나 늘 말버릇처럼 말하는 점점 불필요해 지는것은 피할길이 없다. 따라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님버드나무와 잠자는여자 같은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면 안됀다. 그점이 스스로 파괴하는 일이겠지만 새로운 알을 부화 시키는 일, 수리의 학업을 위해서는 아빠 객체의 고통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서버개발자가 호텔을 경영하게 해서는 안됀다는 설명하기 복잡한 이유가 있기때문이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시공간을 넘어, 도로위에 자욱이 낀 안개처럼 이따금 내앞을 하얗게 만들었다. 이슬비가 내리고 간만에 습한 겨울밤. 하늘과 땅의 경계를 매일밤 측량해야하는 당번이 오늘은 땡땡이를 쳤나보다. 구름이 내려앉아 아주 그럴듯한 풍경을 만들어 내 버렸다.

신나서 떠드는 -고래기름으로 불을 붙여- 떠오를 내일의 태양과 최대볼륨으로 도로와 논밭에 울려퍼지는 델리스파이스 고백, 챠우챠우.

가로등이 일제히 우주로 발사되는 우주선의 노즐같아 보인다.
빨간색 앞차에 스팟라이트을 뿌리면서 우주로 탈출을 감행하는 로켓들. ‘삼체’의 문명처럼말이다. 대서사시의 한장면임에 틀림없다. 누군가 이 무대를 만들었다면 박수를 처야했다. 멋진 연출이다.

구간단속이 만들어낸 일정한 간격으로 앞차의 빨간 브레이크등이 눈앞에 그대로 멈춰있는처럼 보인다. 그 아래 아슬아슬한 빨간 주유등은 자꾸만 이 아름다운 환각같은 원래의 세상을 현실의 제 자리로 돌려 놓는다. 안개가 사라진다. 무대는 허무하게 무너진다.

프로세스. 효율.

확실하고 분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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