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affen-logoschaffen-logoschaffen-logoschaffen-logo
  • Blog
  • Artworks
    • Artworks
    • Portfolio
  • Contact
    • Board
    • Contact
✕
2025-07-10

보름달과 별이 가득한 미시령, 가로등 하나없는 무한한 검은 커브길들. 속초출장을 다녀오는 새벽 휴계소에서 사무실 친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친구들이라 그런지 맥락속의 냉혹한 의미를 숨기지 못한다.
책임질 일이 많다. 임원의 책임은 말뿐이 아니다. 선택의 실패. 프로젝트의 실수는 어떤식이로든 현실적인 청구서로 되돌아온다. 내 월급을 그들의 월급으로 바꾸고, 대출과 외주로, 외부 강의로 책임을 져야한다. 이런 냉혹한 숫자는 그들이 알 수 없다. 매일 쌓이는 독촉 전화와 컵라면만이 주린배와 앞으로 나갈 동기를 채워준다.

몇번의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난 책임을 져야했다. 무리한일정과, 양적 질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라는 아무도 양보하지 않는 현실에서 죽도록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침몰한 일들이다. 앞서말한 숫자로서의 책임은 원금이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난도질을 당하는 것은 이자다. 이상주의라던가, 예술가라서 그렇다던가, 현실 감각이 부족하다던가… 돈,시간,퀄리티 이모든 밸런스를 맞추려 발버둥치던 나의 노고는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오로지 결과만으로, 앞으로. 영원히. 그들에게 주홍글씨로 낙인찍힐 뿐이다.

오늘 그 힘든 출장길 끝자락애서 누군가 실언을 했다. 착한녀석이다. 난 모두에게 미움받는 사람이라고 한다. 또 다른 친구도 실언을 했다. 작년의 프로젝트 실패가 반복될까 걱정된다고 말했고 그 순간 모두 나를 바라봤다. 아주짧은 순간의 확실한 눈 마주침이었다. 그 모든 심연의 잔혹한 공기를 또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은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것 같다. 말할수 없는 그 복잡한 외부,내부의 사정은 그들이 알수없으니 결과적으로 난 이 조직에서 위험요소라는 집단적 공감대가 형성된것을 충분히 감지 할 수 있었다.

세상은 잔혹하다.

착한녀석이든 뭐든 그건 본능적인 감각이다. 한순간에 왕좌에서 단두대로 끌려가는 역사에서 흔히 볼수있는 한 인간의 허무한 결말이다. 한사람의 진실은 다수의 오해앞애선 외마디 비명같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난 이사람들을 책임지고 먹여살리고, 공부시키고, 성장하개 도우며, 성과를 내도록 나를 녹여내야한다. 동시에 모든 책임을 지고 매순간 소진되어가야한다. 왜지? 내가 이루고 싶은것을 이루기 위해서다. 내가 믿는것을 향해 가기위해서다. 이것들이 모두 그곳애 가기 위한 연료이며 마침내 그곳애 도착하면 난 사라져 없어지게 될것이다. 상관없다. 나방이 필사적으로 날개짓하며 뜨거운 가로등에 조금더 가까워 지기를 꿈꾸지만 결과는 냉혹한 죽음이다. 이 하찮은 욕망과 본능은 그 결과를 피할 수 없다.

아마도 이번 프로잭트가 끝나면 더이상은 이곳에서 꿈을 꿀 자격을 갖지 못하게 될것같다. 말도안돼는 일정, 한참 모자란 녀석들의 실력, 아직도 부족한 나의 멘탈과 정치력, 자제심등등. 본능적으로 녀석들이 떠올린 과거의 답습은 나또한 방향을 틀기힘든, 지독하게 명확한 목적지 서울. 그 한방향의 검은색 도로와 같다.

밀려오는 어두운 피로가 내일이면 썰물이 되어 다시한반 반짝이는 동해바다로 바뀌었으면 한다. 그저 늘 그렇듯 밀려왔다 다시 쓸려가는 것들일것이다.

난 나의 소명만을 믿는다. 그 무거움과 가치를 알고있다. 그러니까 괜찮다. 맘대로 씨부려라 개새끼들아. 계속 사랑해 줄태니까.

대관령 어두운 터널의 끝은 언제나 밝다. 이 단순한 나의 믿음을 위해, 그리고 또한 당신도 어디에선가 지나고 있을 그 터널의 끝을 위해, 지금 잠시 시간을 내어 함께 기도해주었으면 한다.

당신의 기도가 있을것이라는 나의 믿음은 조금 후 내 새로운 하루를 비춰줄테니. 이 모든 잔혹한 어둠은 내일 없어질 것이다.

고마워요 늘 바보같은 말들 들어줘서.

© 2025. Paul Cho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