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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1

홀리한 미사 시간이었다.
미친듯이 영감이 떠올라서 성가를 부르는둥 마는둥 미사시간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적어놓은 노트가 몇 페이지나 된다. 제미나이에게 코딩시킬 설계 요약도 미리 입력해 놓았다. 적지못한 이미지가 휘발될까봐 가족에게 양해를 얻고 햄버거를 안겨주고는 삐걱대는 늙은 차로 곧장 사무실로 달려왔다. 오후 12시였다.

진지하게 말하지만 미사는 영감의 원천이다. 엄숙하고 꼼짝못하는 아! 이 깝깝하게 멍때리는 시간… 헨드폰도 못하고 딴짓을 못하니, 상상과 영감만이 무지개물감이 번지듯 머리 가득 채워진다. 주님께 영광! 크하핫!! “주님, 저는 당신의 종이옵니다!”

그리고, 후아!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날 새벽 2시로 점프해있다.

목이 아팠는지, 숨을 또 안쉬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생각한것의 1/10도 완료하지 못했다. 머리속에서는 쉬웠던 일이 막상 실행하자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한시간 코딩하고 8시간 디버깅한다는 내 지론이 적어도 나에게는 확실히 적용되는 모양이다. 그림과 디자인은 일단 구색맞춰 넣기에 급급했다.

만족한 작업물아냐고? ㅋㅋ 허탈하다. 엉망이다.
분명 환각은 아니었는데, 왜 그 그림이, 그 연출이 보이지 않는걸까? 도데체 뭘 만들고 있는걸까? 구조도, 이야기도, 컨셉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늘 그렇지만 작업이 끝나봐야 ‘아~ 내가 이걸 만들고 있었구나!’ 하는거다. 건방지게 뭐든 다 알고 시작하는게 어딨냐.

아무튼 또 인생에서 열 몇시간이 사라졌다. 슈퍼 몰입이 대단하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시간동안 세상을, 나를 다 내팽겨치고 지내는거다. 쥐꼬리만한 결과물에 비해 죄책감이 크다. 점점 이것이 허상이라는 생각에 허무할때가 많다.

아 또 우울해지고 지랄이래. 힘내!

암튼 제미나이 2.5 프로는 확실히 훌륭하다. 게임로직을 너머 이미 설계된 전체 아키텍쳐까지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쉐이더 코드까지 잘 소화해낸다. 예전에 1주일 머리싸매고 키보드 부수던 작업을 단 몇분만에 해결할 수 있다. 감히 말하건데 프로그래머는 이제 필요없다. 결국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직업은 기획이고 연출이다. 사람을 감동 시킬 수 있는, 또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그 방법. 사람과 닿는 거다. 자기 자신만의 형태와 제스춰로 사람에게 닿는 일을 하는거다. 이것이 늘 중요했던 근본적인 가치다. 다시 원점인거다. 단순한 잔재주와 오만한 기술은 0원에 수렴할것이다. 오로지 깊이 꿈을 꾸고, 더 깊이 사랑하며, 더욱 더 열망하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다름아닌 타인과 우리 자신에게 말이다.

단지 그 꿈을 현실로 옮기는것에는, (오늘의 상태로 보아) 약 100배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것같다.

그렇지 시간. 시간을 갈아 넣는거야. 그것 밖에는 연료가 없어!

‘네 장미꽃을 소중하게 만든것은, 그 꽃을 위해서 네가 들인 시간이란다.”

–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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