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무렵 밤늦은 친구들의 호출에도 나는 이따금 소설이나 시집을 들고 다녔다. 흔히 개멋이라고 하는 사춘기의 절정이었음으로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별의별 이상한 짓을 참 많이 하고 다녔다. 동시에 시집이라는것이 데스메탈을 하던 그때의 내 미친 캐릭터와 맞지 않아 제목이 보이지 않도록 포장지로 겉지를 만들어 책 제목을 가리고 다녔다. 고전 소설과 렝보등의 시집이었다. 췻기가 돌고 똘끼도 함께 돌기 시작할때에는 친구들 모두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눈이 마주치면 술병을 얼굴에 던져 싸움이 시작되거나, 애초에 체급이 작아 별 수 없이 선택한 기본적인 전술은 분노에 이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어그로’ 였다. 인하대 뒷골목이 늘 주된 싸움터였고 몇번이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피로 물들었었다. 하지만 또한 내 피 인적은 많지 않았다.
대학가와 조금떨어진 야심한 밤의 술집. 대부분 발정기의 숫컷과 암컷이 술기운을 빌어 무언가 스스로 묶어온것을 풀려는 자리였다. 난 그런 세렝게티 초원의 매커니즘보다도 그 자연스러움을 오리혀 거짓으로 포장하고 계급화하고 범죄를 로맨틱하다고 하거나 정정당당히 차지하지 못해 온갖 꾀를 부리는 거짓말쟁이들이 너무나 싫었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흘러 이빨이 딱딱 부딛힐만큼 미친놈이 되어버린다. 충분히 구축해야하는 새끼라고 판단되면 천천히 작전을 세운다. 뭏론 탁자에 뛰어올라 말도 안돼는 일장연설을 하고 들었던 술잔을 얼굴에 쏟아 부으며 즉흥적으로 싸움이 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체격에서는 그런 객기만으로는 이기기 힘들었다.
책을 많이 읽었다. 문장을 통째로 외워 그대로 말하거나, 그 자리에서의 대화 주제가 되었던 이야기과 누군가의 화법, 작은 제스춰까지 기억했다가 이것을 그 저주의 대상에게 전달한다. 몇번이나 꼬아져 앞뒤 맥락을 읽어보지 않았거나, 생각의 거리가 짧은 녀석들은 무슨 얘기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멍청한 표정이 보기 좋다. 하지만 그들의 심장에 비수를 꼳기 위해서는 확실히 시적으로 앞축해서 결국 너를 혐오하며 너자신도 너를 혐오하는 중이라는 표현을 정확히 전달해야했다. 십중팔구 그들은 몇시간 동안이나 즐거웠다고 생각한 어딘지 모를 이상한 놈담이 결국 이런 결론을 만들기위한 빌드업이고, 화도 화지만 자신의 받은 능욕과 알아처리지 못한 창피함으로 평소보다 싸움에 실수를 많이 하게 된다. 나는 그동한 준비한 평정심과 함께 여기서 죽는다. 어차피 자살할 생각이었으니 죽자. 라고 덤빈다. 이런 마음가짐이 정말 섰다면, 또 그의 멘탈을 확실히 무너뜨렸다면 이제부터는 충분히 체급의 문제가 아니게된다.
범죄급의 잔학한 폭행을 많이했다. 하지만 대부분 나보다 덩치가 크고 운동도 잘하는, 그런 녀석들과의 싸움이었으니 괴롭힘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벌인 범죄로 내 또래의 여자들은 강간을 당하거나, 그것을 부추기는 졸업한 선배들 또한 사회에서도 그짓을 하게 될것이었다. 인하대의 ROTC, 유도부가 우연찮게 나의 문학과 주먹의친구가 되었다. 그들의 잔혹하고 끈질기며 비열한 성욕을 내 모든것을 걸고 밟고 또 밟았다. 그들은 내 링에 올라오는 순간 한번도 날 이긴적이 없다. 10대와 20대의 분노를 피튀기는 새벽의 싸움으로 해소했다. 어느덧 왼쪽 귀가 망가지고, 정신을 잃고 누군가의 이빨을 벽돌로 다 부숴뜨리는 상황에 이르자, 가엽게 느껴졌다. 나또한 점점 선을 넘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까 불안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웨터를 입고 한시간동안 걸어 집에 돌아왔다. 눈을 동그랗게뜬 엄마의 경직된 모습을 비껴 지나쳐, 화장싷에 들어가 문을 감궜다. 목욕물을 받곤 옷을 입은채로 잠수를 했다. 욕조가 붉은 피로 넘쳐났다.
몇번의 수술로 왼쪽 귀는 조금 들리기는한다. 비행기탈때의 극심한 고통을 제외하면 사실 거의 잊고 지낼 수 있다.
아 뭐 얘기하다가 갑자기 미친 뽕이 차오른거냐…
6월 말에 부산에서 학회가있다.
내가 쓴 기획서 및 해당 게임기술의 설계와 그에대한 개념으로
이은석교수님이 논문을 쓰셨다. 앞으로 내가 쓴 피그마의 개념도를 가지고 수십편의 논문이 나올것 같다고 하신다.
이렇개 학자에게 인정받아 논문으로 쓰여진다니 기분좋기도하도 뭔가 이름을 올릴수없다는것이 조금 쓸쓸하긴하다
아무튼 이런일을 계기로 부산에 회사와 주변 교수님들이 발표를 하고 또 간만에 워크샵이라는 명목으로 놀고 오자는 계획이다.
나도 출장이 아닌 상관없는 놀러가기라는 점에서 설래임을 부정할 수 없더. 부산에 가서 일탈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린친구들과 패싸움을 차자느니, 서점을 털자느니, 여자를 꼬시자느니… 하는
이 꼬마 녀석들 사회생활하며 맞춰주다가도 진짜 내 가스라이팅에 혹해서 모두 올때는 경찰차를 타고올 지경이다.
길게 말할 수 는 없다.
사랑이다. 난 부산의 술집이나 해변에서 가장높은 테이블이나 건물에서 20살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 일탈을 해볼 계획이다. 노노 싸움이 아니다. 20년전 그때에 의자나 탁자애 올라 그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싸움이 일어나기전 사랑이 무엇인지 병신들아 잘 들어라 하고 잘난척 큰소리로 외웠던 시 낭독. 그걸 해보고 싶다.
오래된 시다. 또한 아제서야 더 알게되는 문학의 기쁨을 구릿빛으로 탄탄해질 내 여행근육과 그때의 그리고 지금의 내 자신에게 또 다시 낭독해 주고 싶다.
12 행의 소네트라서 한구절만 잘 외워 낭독하는거다. 최대한 미친사람처럼 온 마음과 영혼을 담아. 그러면 뭔가 돌아도는 반향과 메아리가 있다. 정말 있다.
페트라르카 – 소네트 132번
사랑이 아니라면,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도대체 무엇인가?사랑이라면, 오 신이시여,
어찌하여 이토록 기이한 기쁨인가?선한 것이라면, 왜 이토록 괴롭고,
악한 것이라면, 어찌 이리 간절히 원하는가?내가 스스로 원한 것이라면, 왜 눈물을 흘리고,
억지로 당한 것이라면, 이 탄식은 무슨 의미인가?오 죽음이여, 오 삶이여,
달콤하고도 쓰디쓴 희망과 두려움의 혼돈이여—나는 얼어붙고, 다시 불타오르며,
날아오르다가 납덩이처럼 가라앉는다.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서 소리쳐 울고,
나 자신을 미워하면서도 위안을 얻는다.이토록 고통받으면서
어찌 다시 치유받을 수 있는가?사랑은 나를 사로잡고,
자만할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