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계역
특별히 중요한 이름은 아니야. 단지 오늘 퇴근길에 네비에 보였던 아주 작은 글씨중에 하나였어. 수원,의왕, 범계…
원래 다니던 길을 빙 돌아, 난생 처음으로 올랐던 도로 좌우에는 신기한 도시들이 반짝반짝했어. 새벽, 넓고 텅빈 도로 한가운데 차를 멈춰 놔도 될것 같았어. 흐릿하게 입김을 토하고는 온몸을 움켜쥐고 지나는 사람들. 백미러에서, 파간색 횡단보도에서 그 사람들을 만났지. 피어오른 수증기 위로는 추울수록 투명한 자주색 밤하늘. 그래 순결하게 모든걸 되돌려주는 그 겨울 밤하늘 말이야.
엄청 추울수록 쨍하게 빛이 선명한, 거리의 불빛들 말이야!
어떤 곳이었는지는 몰라. 밤을 모두 자신의 무대로 생각하는듯 파랗고 노란 빛이 쏟아져 내리던 커다란 창문들! 창문속 집집마다 두근대는 이야기가 떠올랐는지 내게 손을 흔드는것 같았어. ‘아 다들 여기 살고 있나?’, ‘와 오늘은 그런일이 있었구나?’. 모두함께 새 집에서부터 깔깔대며 밤거리로 쏟아져 나와,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밤새 신기힌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했어. 새로운 도시, 새로운 거리니까 오늘밤은 걷는것만으로도 행복할꺼야.
아! 내일이 추석이었으면. 우리, 오래전이었으면. 여기가 우리 집, 아니면 너희 집이었으면. 외삼촌집이라서 내일 다시 놀러 올수 있었다면…
파란 고가도로 옆으로 오렌지색 건물들이 저멀리 보라색 황혼처럼 펼쳐 보이는동안, 내 차의 창문은 늘 열려있었어. 다시 보고싶어서 실눈을 뜨고 네비를 봤던거야.
있잖아.
난 성공도 돈도 원한게 아니었어. 철없고 멍청한 내 친구들을 다시 여기로 대려다줘.
아무 목적없이 아무 의미 없이 그냥 이 도시에서의 두근거림을 함께 추억해 주었으면해.
얼마나 예쁘니. 얼마나 가슴뛰는 풍경이니!
잊지마. 늘 우리를 뒤돌려 되살리는 태옆같은것들이 있어. 정말이야.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어.
그러니까 이렇게 실오라기 같은 반가운 감촉들이 피어오른다면 말이야, 우리 온몸으로 있는힘껏 안아주자
우리의 따뜻한 입김으로, 아름답기만 한 이 도시의 이름을 지어주자.
너는 내 진짜 친구가 되어줄꺼지?